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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2. [Adidas X Raf Simons] 뉴러너 올블랙을 52만 원 주고 산 이유

Max Lee 2019. 12. 10. 21:12

 

 

 

 

ADIDAS X RAF SIMONS 18SS

NEW RUNNER B22526

사이즈 : 280(정사이즈 / 칼발)

구매가 : 54만 원

구매처 : 골디

구매시기 : 2018.12

 


 

큰돈을 써도 비싸다는 느낌이 덜한 아이템이 둘 있다. 겨울 아우터와 신발.

겨울 아우터(특히 코트)는 보통 비싼 게 질 좋고 따뜻하다. 웬만한 중견 브랜드도 싸진 않으니, 그럴 바에 웃돈을 좀 더 얹자는 마음이다.

신발은 착화감 때문에. 발이 불편하면 쉽게 피로해지고 매사에 짜증이 난다. 단순한 패션 이상의 의미로, 신발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가끔 너무나 얇아 보이는 겨울 아우터라도,

척 봐도 물집이 잡힐 듯한 신발이라도 사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작년 12월 뉴러너를 살 때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처음 라프시몬스를 듣게 된 것은 힙합음악 가사였다.

속옷까지 명품을 입는 사람들이 자랑스레 말하는 브랜드니만큼 비쌀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끽해야 2만 원쯤 할 흰 티에 38만 원짜리 로고 하나를 박아 40만 원에 파는 브랜드일 줄이야.

학생 때 처음 검색해 본 라프시몬스는 나에게 신 포도 같은 존재로, 그렇게 영영 만날 일이 없는 듯했다.

라프시몬스와의 재회는 직장인이 되어 연말 보너스가 들어올 즈음.

크게 하나 지를 것을 찾고 있던 내 눈에 패션 인플루언서가 신은 뉴러너가 그렇게 예뻐 보였다.

직구사이트 몇 개를 뒤적여 뉴러너를 사기까지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여태 뉴러너를 산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1.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옆태.

뉴러너의 옆태는 플라스틱 미드솔로 완성된다.

일반적으로 고무로 되어 늘어나야 할 미드솔이 플라스틱 조각이니, 신축성이라곤 없다.

여타 신발들은 여러분의 발에 맞춰줬겠지만, 뉴러너는 신발에 발을 맞추셔야 한다.

하지만 참을 수 있다. 너무 예쁘니까.

2. 굉장히 단단한 아웃솔

라프시몬스는 미드솔에 플라스틱을 덧댄 것으로 모자라 아웃솔 역시 굉장히 무겁고 단단하다.

때문에 컨버스화같은 외형을 가지고도 마치 군화를 신은 듯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미드솔과 아웃솔의 조합으로, 라프시몬스는 나막신에 견주는 착화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50만원이 넘고, 너무 예쁘니까.

3. 다양한 소재의 활용

 

 

 

 

뉴러너의 어퍼는 밑창과는 다르게 다소 유한 재질들로 구성되었다.

일반적인 컨버스화느낌이 나는 몸체에, 텅은 아주 살짝 광이 있는 나일론 소재.

솔을 포함하면 언뜻 보이는 것만 네댓가지의 질감이 느껴진다.

때문에 뉴러너는 각도에 따라, 빛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인상을 받는 재미가 있다.

 


 

나는 라프시몬스를 신고 있다

 

 

 

 

 

이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아무도 명품인 줄 몰라보면 조금 슬플 것 같다.

그런 당신을 위해, 뉴러너는 곳곳에 라프시몬스의 타이포가 박혀 있다.

뒤축의 힐탭 아래에 하나, 그리고 살짝 옆에 RS라는 이니셜이 보이며, 신발의 인솔에도 프린팅되어 있다.

특히 RS 이니셜은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어퍼에 과하지 않은 포인트가 되어준다.

아마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알아봐 줄 것이다. 저 사람 라프시몬스 신고 있네.

그래서 나는 뉴러너 구입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다.

물론 더 큰 이유는, 50만원대에 산 이 신발이 싯가 7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지만.


 

뉴러너는 신을 때마다 고역인 애증의 신발이다.

플라스틱 미드솔 안에 발을 구겨넣자면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조금이라도 오래 걷게 되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하지만 구입한지 근 1년이 지난 지금도 꽤 자주 뉴러너를 찾게 된다.

어디에나 어울리지만 평범하지 않은,

불편을 감내해야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실루엣이 있으니까.